바람, 음악, 그리고 우리 이야기
제주에서의 두 번째 러닝크루 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바닷가에 도착하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반겨준다.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저마다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에 실려 밤바람이 제법 강했지만,
그 바람은 오히려 우리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 자연 선물 같았다.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제주 바다 위를 둥실둥실 떠다녔다.
우리는 그 틈을 달리고 있었다.
뚜벅뚜벅 걷다가, 어느 순간 뛰고, 또 걷고.
그렇게 리듬을 타며 몸의 신호를 따라갔다.
오늘은 확실히 첫날보다 몸이 무거웠다.
근육통이 찾아왔는지, 숨이 조금 더 찼다.
하지만 그 불편함마저도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감각이었다.
한참을 달리다 멀리서
아름다운 색스폰 멜로디가 들려왔다.
버스킹이다.
오늘은 색스폰 연주 공연이다.
오늘은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들어보기로 했다.
바닷가 가까운 공간,
간이 무대 위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중년의 여인과
키가 큰 중년 남성이 함께 연주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색스폰을 연주하고,
조명 하나 없는 무대였지만,
그들의 음악은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며 공간을 채웠다.
우리는 잠시 멈춰 그 앞 벤치에 앉았다.
달리기로 흐트러졌던 호흡과 생각이
노래에 녹아들며 하나씩 정리됐다.
그 순간 만큼은 시간이 느려졌다.
신비한 힘이었다.
노래는 늘 그렇다.
엉켜있던 감정과 긴장을
훅, 내려놓게 해준다.
"참 좋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같은 감정으로 그 자리에 머물렀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를 보내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돌아오는 길은 달리기보단 걷기로 했다.
오늘은 조금 천천히,
이 시간을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별빛 아래 제주 바닷길을 걷는 이 밤,
함께 걷는 이들이 있다는 게 감사했고,
바람과 파도, 음악과 대화,
그 모든 것이 어울려 하나의 작은 축제가 되는 것 같았다.
이곳, 제주.
누구보다 느리게,
누구보다 깊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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