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러닝크루 3일째__예고 없는 여름밤의 작은 축제

러닝크루 3일째. 



러닝크루3일째

오늘은 러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평소처럼 우리만 함께할 줄 알았는데, 

러닝을 함께하던 지인의 친구들이 갑자기 합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순식간에 총 5명이 모였다. 

 “오늘 러닝은 조금 미뤄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여름 밤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여름 내음이 가득했다.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걷는 사람들, 

파도에 몸을 맡기며 수영하는 사람들, 

어린 아이 손을 잡고 모래성을 쌓는 가족들. 

해풍은 끈적하지만 그마저도 낭만처럼 느껴졌다.



해수욕장 한켠에선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마치 관객석처럼 계단 형태로 놓인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CU 편의점에서 간단한 안주거리와 맥주를 챙겨 왔고, 

우리는 원을 이루어 둘러앉았다. 낯선 듯 친근한...



젊은 청년의 기타 소리와 노래가 밤공기와 어우러졌다. 

자연스레 도란도란 대화가 이어졌다. 

제주살이 이야기도, 러닝 이야기도, 각자의 일상도.

그러다 갑자기 모두가 귀를 기울이게 만든 노래 한 곡이 흘러나왔다. 

다들 익숙한 듯 따라 부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노래 제목 뭐더라?” 누군가가 먼저 물었고, 

노래 맞히기 놀이가 시작됐다. 

김광석? 아니고. 안치환? 그것도 아니고. 

남도 노래 같기도 한데? 한 명씩 정답을 외쳐봤지만 번번이 빗나갔다.

결국엔 검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가사는 기억이 안 나고, 

선율만 떠오르니 찾을 수도 없었다. 

노래가 끝나자, 용기를 낸 친구 한 명이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저기요! 방금 부른 노래 제목이 뭐예요?”

싱어송라이터 청년이 수줍게 웃으며 제목을 알려줬고, 

모두가 “아~!!” 하며 동시에 배를 잡고 웃었다. 

우리가 정말 좋아했던, 다 알고 있었던 그 노래였다. 

어쩌다 다 같이 틀렸을까? 이토록 반가운 멜로디를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누구는 “싱어가 느낌을 다르게 불러서 그래.” 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내가 늙었나 봐. 기억력이 영.” 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다들 마음속엔 어떤 아쉬움이 하나 스쳤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세월이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는 실감.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 기억도 감정도 몸도

 이제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하나둘 생긴다. 

그래도 이렇게 즉흥적인 여름밤의 축제, 

웃음 가득한 소소한 해프닝, 노래 하나로 이어지는 인연이 참 소중하다.

러닝보다 더 의미 있었던 하루. 

오늘도 ‘제주살이’는 나에게 예고 없이 선물을 건넨다. 

어느 날은 걷고, 어느 날은 달리고, 

또 어떤 날은 그냥 맥주 한 캔과 노래 한 곡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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